‘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 청바지서 피고인 Y염색체 발견...檢, “성범죄 추가” 공소장 변경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 청바지서 피고인 Y염색체 발견...檢, “성범죄 추가” 공소장 변경

부산 중심가인 부산진구 서면에서 귀가하던 20대 여성을 무차별 폭행해 의식을 잃게 한 이른바 ‘부산 돌려차기’ 사건 항소심 재판에서 검찰이 피고인에게 징역 35년을 구형했다.지난 31일 부산고법 형사 2-1부(최환 부장판사)가 진행한 피고인 A 씨에 대한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징역 35년, 위치추적장치 부착, 보호관찰명령 20년을 각각 구형했다.검찰은 이날 1심에서 A 씨에게 적용했던 ‘살인미수’ 혐의를 예비적 공소사실로, ‘강간살인미수’ 혐의를 주위적 공소사실로 하는 공소장 변경을 요청했고,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였다.검찰의 공소장 변경은 피해자의 청바지에 대한 검증 결과, 피고인이 성폭력을 목적으로 피해자의 뒷머리를 강타해 실신시킨 후 CCTV 사각지대로 끌고 가 피해자의 옷을 벗겨낸 사실 등을 반영한 것이다. 이날 재판에서는 피해자 청바지 등에 대한 DNA 검증 결과가 공개됐다. A 씨의 Y염색체가 피해자 청바지에서 4개, 카디건에서 1개 등 모두 5개가 발견됐다. 청바지에서 A 씨의 Y염색체가 발견된 주요 부위는 좌측 앞 허리밴드 안쪽부위와 넓적다리 종아리 안쪽 부위 등이었다.검찰은 “강간과 범행 은폐를 위해 피해자를 완전히 실신시킬 의도로 생명 상실 위험에도 불구하고 이를 용인하려는 의사가 발현된 것”이라며 “피고인은 원래 계획한 대로 피해자의 바지와 속옷을 벗겨 간음하려 했으나 범행이 발각될 수 있는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현장을 이탈했다”고 설명했다.그러나 A 씨는 폭행에 따른 상해는 인정하면서도 살인과 강간의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A 씨는 사건 당시 피해자를 따라가 폭행한 경위에 대해 “길에서 우연히 지나친 피해자가 본인에게 욕설하는 듯한 환청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검찰의 구형 이후 피해자 변호인과 피해자에게 의견을 물었다.피해자는 “피고인은 초등학생도 알 수 있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 더는 이 사람에게 피해를 보는 사람이 없었으면 한다. 검사님과 판사님에게는 하나의 사건이지만 저한테는 목숨이 달린 일”이라며 강력한 처벌을 호소했다.A 씨는 최후 진술에서 “피해자분께 죄송하다. 그런데 진짜 살인을 할 이유도 목적도 없었다. 더군다나 강간할 목적도 없었다”며 “제가 잘못한 부분에는 죗값을 받겠으나 아닌 부분이나 거짓된 부분도 많다”고 말했다.A 씨는 지난해 5월 22일 오전 5시쯤 귀가하던 피해자를 10여 분간 쫓아간 뒤 부산진구의 한 오피스텔 공동현관에서 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CCTV에 찍힌 장면을 보면 A 씨는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피해자를 발견하자 보폭을 줄이며 몰래 뒤로 다가간 뒤 갑자기 피해자 머리를 뒤에서 발로 돌려차는 등 폭행했다.A 씨는 지난해 10월 1심에서 징역 12년을 선고받아 수감 중이다. 항소심 선고는 오는 12일 오후 2시로 예정됐다.곽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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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 class='label'>[속보]</em>김여정 “정찰위성 머지않아 우주궤도 진입해 임무 수행할 것”

[속보]김여정 “정찰위성 머지않아 우주궤도 진입해 임무 수행할 것”

김여정(사진)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1일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규탄한 미국을 비난하며 위성 발사를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김 부부장은 이날 ‘그 누구도 위성발사에 대한 우리의 주권적 권리를 부정할 수 없다’는 제목의 담화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자위권에 속하는 군사정찰위성발사를 두고 미국이 체질적인 반공화국 적대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고 말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그는 “우리의 위성 발사가 굳이 규탄을 받아야 한다면 미국부터 시작하여 이미 수천 개의 위성을 쏘아올린 나라들이 모두 규탄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라며 “그야말로 자가당착의 궤변 외에 다른 아무 것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그러면서 “지금 이 시각도 조선반도 상공에 숱한 정찰위성들과 고고도무인정찰기 등 형형색색의 정찰자산들을 꽉 채워놓고 눈이 빠지도록 우리의 일거일동을 살피기에 여념이 없는 미국이 우리의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걸고드는 것이야말로 적반하장격이며 어불성설”이라고 비난했다.특히 “확언하건데 군사정찰위성은 머지않아 우주궤도에 정확히 진입하여 임무수행에 착수하게 될것”이라고 강변했다.북한은 전날 첫 군사정찰위성을 발사했지만 엔진 고장으로 서해에 추락했다.유엔은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 계획에 대해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제재 결의 위반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스테판 뒤자리크 유엔 대변인은 30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안토니우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북한에 지속가능한 평화와 한반도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한 비핵화를 향한 외교적 노력을 재개할 것을 촉구한다”고 전했다. 뒤자리크 대변인은 “탄도미사일 기술을 사용한 어떠한 발사도 관련 안보리 결의에 반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뒤자리크 대변인은 북한의 위성 발사를 안보리 결의 위반으로 보느냐는 물음에 “분명히 그럴 것”이라고 밝혔다.국제해사기구(IMO)도 31일(현지시간) 처음으로 북한 미사일 발사를 강력히 규탄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IMO 해사안전위원회는 이날 영국 런던 IMO 본부에서 열린 제 107차 회의에서 국제 항행 안전을 위협하는 북한 미사일 발사를 규탄하고 규정 이행을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회원국들은 이번 결의문에서 북한의 탄도 미사일 발사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이며, 미사일 발사 시 적절한 사전 통보를 하지 않아서 선원들과 국제 해운의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북한에 사전 통보 규정을 지키라고 긴급 촉구했다. IMO 총회 결의에 따라 운영 중인 세계항행경보제도(WWNWS)에서는 미사일 발사, 위성 발사, 해상 훈련 등의 경우 소속된 구역의 조정국에 5일 전에 알리도록 하고 있다. 이들은 또 국제 항로를 가로지르는 불법적이고, 사전 통지 없는 탄도 미사일 발사를 중단하라고 긴급 요청했다.북한은 논의 과정에 한반도는 기술적으로 아직 전쟁 중이라는 독특한 안보 상황을 고려해야 하며, 이번 결의안은 미국 등이 사악한 정치적 목적으로 북한을 고립시키고 억압하려는 의도로 기획된 것이라고 주장했다.박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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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 GPT열기에 밀렸나…비트코인 올 들어 첫 하락

챗 GPT열기에 밀렸나…비트코인 올 들어 첫 하락

올해 들어 상승세를 지속하던 가상화폐가 5월에는 월 기준으로 첫 하락을 기록했다. 챗GPT 등 인공지능이 큰 관심을 끌면서 상대적으로 열기가 식어가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31일 미 동부 기준 낮 12시 현재 가상화폐 대장주 비트코인 1개당 가격은 24시간 전보다 2.83% 하락한 2만6908 달러(약 3573만 원)를 나타냈다.이는 지난달 30일 2만9200달러(3877만원)대보다 8% 이상 떨어진 수준이다.같은 시간 이더리움은 2.25% 내린 1858달러(246만원)를 나타냈다. 한 달 전 1900달러(252만원)대보다 2% 이상 하락했다.비트코인은 올해 초부터 상승세를 이어가 지난달 중순까지는 80% 이상 상승하며 3만1000달러(4116만원)를 터치하기도 했으나 이후 주춤하며 올해 상승 폭은 60%대 수준으로 줄어들었다.블룸버그 통신은 "유동성 감소와 제한적인 통화 정책으로 가상화폐에 대한 열기가 식고 있다"고 분석했다. 물가 상승 압력이 계속되면서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는 지난 3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또 올린 바 있다.페페(Pepe the frog) 등 온라인 유행을 반영해 재미 등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밈코인이 이달 초 투자자 관심을 끌었지만, 오래 가진 못했다.가상화폐가 주춤하는 사이 투자자들의 시선은 인공지능(AI)에 쏠렸다. 이달 들어 뉴욕 증시에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7% 상승했다. 특히, AI 관련 지수가 크게 상승했다.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지난달 말 3,000포인트를 밑돌았으나, 이날까지 3,500포인트를 웃돌고 있다.디지털 자산 금융서비스 플랫폼 매트릭스포트의 마커스 티엘렌 리서치 책임자는 "가상화폐는 AI와 챗GPT가 투자자 관심을 더 끄는 스토리를 가지면서 기술주에 밀렸다"고 말했다.미 정부의 부채한도 통과 여부에 따른 영향도 주목되는 요소다. 부채한도안이 의회를 통과하면 불확실성이 제거되지만, 국채 발행에 따라 일시적으로 유동성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박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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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ciety

의료강국 맞나… 병원 11곳 퇴짜 후 사망

의료강국 맞나… 병원 11곳 퇴짜 후 사망

“중환자실 병상 20개 가득찼다”“외상전문의 없으니 큰병원 가라”“멀어서 골든타임 놓친다” 거절도100㎞ 떨어진 의정부 가는 중심정지 빠지며 도착 땐 숨져대구 10代 사망이어 잇단 비극용인=박성훈 기자 pshoon@munhwa.com·의정부=김현수 기자경기 용인시에서 70대 남성이 교통사고를 당한 뒤 구급차를 타고 2시간 이상 수술 가능한 병원을 찾다 사망했다. 당시 소방당국은 경기도 내 권역응급의료센터 4곳을 비롯한 대형병원 11곳을 수소문했으나 병상이 찼거나 의료진이 없다는 이유로 거절당했고, 사고 후 1시간 18분이 지나서야 치료 가능한 병원(의정부성모병원)을 찾았으나 이미 골든 타임을 놓친 뒤였다. 이 남성은 사고 당시 간단한 대화가 가능할 정도로 의식이 있었으나 길에서 시간을 허비하다 목숨을 잃게 된 셈이다.31일 경찰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30일 0시 28분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좌항리 좌전삼거리에서 구모(74) 씨가 후진하던 그랜저 승용차 후미에 부딪힌 뒤 차량 바퀴에 깔렸다. 이 사고로 구 씨는 복강에 출혈이 의심되는 부상을 당했다. 운전자의 지인으로부터 119신고를 접수한 소방당국은 0시 50분 구 씨를 아주대병원으로 이송하려 했으나 “환자 수용이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듣고 다른 병원을 물색했다. 하지만 용인 기흥구 동백동 세브란스병원과 성남 분당서울대병원으로부터도 거절 통보를 받았다.구급대는 즉각 기흥구 신갈동에 자리한 강남병원으로 가서 첫 문진을 했으나 병원에서는 “상태가 위중해 큰 병원에 가는 게 좋겠다”고 해 산소공급 등 기본적인 응급조치 외에 별다른 도움을 받지 못했다. 소방당국은 그사이 권역응급의료센터가 있는 안산 고대병원과 안양 한림대성심병원, 성남 분당차병원 등을 비롯해 도내 8개 대형병원을 수소문했으나 “환자를 받을 수 없다”는 답변만 듣게 됐다. 사고 후 1시간 18분이 지난 오전 1시 46분쯤 의정부 성모병원에서 치료 가능하다는 통보를 받은 구급대는 부리나케 발길을 옮겼으나 구 씨는 오전 2시 30분쯤 심정지 상태에 빠졌고, 병원에 도착했을 때(오전 2시 46분)에는 사망했다. 소방당국은 의정부 성모병원까지 100여 ㎞가 떨어져 있어 제시간에 도착하기 힘들다고 보고 구 씨를 헬기로 호송하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안개와 구름이 심한 탓에 가시거리가 짧아 헬기를 띄울 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응급환자가 발생해도 병원을 찾지 못해 헤매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경기도 관계자는 “대구에 이어 경기도에서도 응급실을 이용하지 못해 안타까운 사고가 반복되는 만큼 이송지침에 문제점이 없는지 점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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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national

임무완수? 인력손실 심각?…러 정규군에 샴페인 주고 철수한 바그너에 엇갈린 주장

임무완수? 인력손실 심각?…러 정규군에 샴페인 주고 철수한 바그너에 엇갈린 주장

최근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의 격전지였던 우크라이나 동부 바흐무트에서 러시아 측 병력이 민간용병업체 바그너그룹에서 정규군으로의 전환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바그너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이 같은 전환을 예고한 바 있지만, 러시아 측이 병력을 대체하는 것에 대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서로 다른 주장을 내놓고 있다.우크라이나 매체 ‘뉴 보이스 오프 우크라이나’에 따르면 세르히 체레바티 우크라이나 동부군 사령부 대변인은 29일(현지시간) 자국 TV 방송에서 러시아 정규군 공수부대와 기계화보병부대가 바그너그룹으로부터 바흐무트 관리를 넘겨 받고 있다고 밝혔다.체레바티 대변인은 이 같은 병력 대체에 관해 바그너그룹이 인력 측면에서 막대한 손실을 입어 모스크바에 인원 교체를 요구한 것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바흐무트에서 바그너그룹이 입은 대규모 손실이 이 같은 전환을 초래했다”며 “러시아 정규군이 도시에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체레바티 대변인은 이들 러시아 정규군도 지난해 2월 개전 이후 상당한 사망자를 낸 채 싸왔고, 이 때문에 새로운 징집 등으로 병력을 보강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우리는 이들 부대의 이름과 지휘관, 전투 유효성에 대해 알고 있다”며 바그너그룹을 대체한 부대들에 대해 이미 파악하고 있다는 점도 시사했다.그러나 앞서 바흐무트 철수를 선언한 바그너그룹 측은 상반된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우선 프리고진은 지난 20일 바그너그룹이 바흐무트를 완전 점령, 장악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프리고진은 지난 25일 텔레그램 메시지를 통해 이날부터 6월 1일까지에 걸쳐 바흐무트 거점과 탄약 등 모든 것을 정규군에 넘기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이 같은 철수 선언 바로 전날 프리고진은 친러시아 성향 정치전문가 콘스탄틴 돌고프와 인터뷰에서 바그너그룹이 ‘바흐무트 점령 작전’에 돌입한 지난해 10월부터 현재까지 전투를 치르며 우크라이나 군인 약 5만 명이 숨지고, 5만~7만 명이 다쳤다고 주장했다. 반면 바그너그룹 측에서는 계약제 용병 1만 명과 죄수 1만 명을 포함 2만 명이 숨졌으며, 3만 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이에 프리고진은 “우크라이나군에 비해 바그너 부대원들 중 전사자는 약 3분의 1, 부상자는 약 절반 정도에 머무른 것”이라고 강조했다.프리고진은 당시 인터뷰에서 바흐무트 지역에서 여전히 교전이 진행 중이라는 우크라이나 측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그는 당시 진행되던 전투의 목표가 “아르툐몹스크(바흐무트의 러시아명) 점령이 아닌 우크라이나 군인을 제거하는 ‘고기 분쇄’였다”며, 현재는 도시를 완전히 점령한 상태라고 주장했다.박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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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얼굴의 구멍 다 막아라’ ‘생각도 격리’ … 코로나 3년, 詩가 되다

‘얼굴의 구멍 다 막아라’ ‘생각도 격리’ … 코로나 3년, 詩가 되다

‘긴 겨울’을 지나왔다. 셧다운, 죽음, 격리, 차단과 같은 차가운 말들이 일상이던 세계. 팬데믹은 절망의 깊이만큼 선명하게 ‘우리’를 비추는 거울이었다. 그래서 어느 시인은 이 전대미문의 비극을 “시작(詩作)하기엔 더할 나위 없었던 ‘모순’의 시간이었다”고 회고한다. 그 어느 때보다 압축적인 ‘시 쓰기’의 삶을 살았을 터. 시인들이 기억하는 지난 3년이 궁금해졌다. 시 속에 각인된 코로나는 어떤 모양일까. 엔데믹을 맞은 지금, 코로나 시대의 시들을 살펴본다. 아득해진 고통이 스멀스멀 다시 올라오고 단절된 채 자연을 갈망하던 마음도 떠오른다. 그렇게 절망과 희망, 기쁨과 슬픔이 교차하는 시 속을 떠돌다 보면, 어느새 정말 코로나와 작별할 시간이 온다. ◇이 절망, 공포, 슬픔…‘인간’에게서 왔지 = ‘코로나19’를 관통하는 감각은 공포와 아픔, 슬픔, 절망이다. 김혜순 시인의 시집 ‘지구가 죽으면 달은 누굴 돌지?’(문학과지성사)는 코로나19의 한복판에서 쓰인 ‘코로나 시’ 다섯 편을 ‘봉쇄’라는 주제로 묶어 선보였다. 사실 이 시집은 주로 김 시인이 어머니의 투병과 죽음을 경험하며 써내려간 시로 채워졌는데, 코로나19의 이미지 역시 ‘죽음’과 다를 바 없는 고통과 절망이기에, 시집 전체를 지배하는 ‘슬픔’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특히 하얀 마스크를 ‘백조’에 비유한 시 ‘셧다운’이 주목받았다. 화자는 “외출을 할 땐 얼굴의 구멍을 다 막아라/ 새 칙령이 공표된 지 2년이 지났다/ 얼굴도 이제 벌거벗을 수 없다”면서 인류가 마주한 위기와 불안감을 ‘다급한’ 목소리로 전한다.“조류 독감에 쫓기다, 결국 코로나19에 쫓기며/퀵 배달로 시킨/죽은 살코기를 먹는 봄날”문정희 시인의 ‘오늘은 좀 추운 사랑도 좋아’(민음사)에 실린 ‘벌집’의 한 대목이다. 시인은 ‘조류 독감’과 ‘코로나19’를 나란히 두고 시상을 전개하는데, 결국 감염병이 바꿔놓은 일상은 사람이 자초한 일이라는 통찰이다. 이어, 화자는 “꿀 대신 독을 만드는 대단지 구멍”에 갇혀 “벌에 쏘인 듯 후끈거리는” 백신을 맞고 있다며 인류의 어리석음을 꼬집는다.김기택 시인은 몸뿐 아니라 모든 감각이 ‘격리’되는 걸 자각한다. 김 시인은 ‘낫이라는 칼’(문학과지성사)에 실린 ‘자가 격리’에서 “말과 손과 숨을 둘 마땅한 곳이 없어서” “허파도 심장도 생각도 따라서 자가 격리되었다”며 비탄에 빠지는 화자를 등장시킨다. 이설야 시인은 ‘내 얼굴이 도착하지 않았다’(창비)에 실린 ‘증상들’에서 공기 중으로 감염되는 코로나 바이러스를 ‘한 숨’으로 표현했다. 이 시인은 한숨마저도 질병의 매개가 되는 비정한 현실을 “한숨이 떠다닌다” “한 숨이, 한 숨에게 전염된다”고 묘사한다. 어느새 건조해져 버린 코로나의 파생어들. 시인이 감각한 세계 속에서, ‘그 때 그 절망’을 반추하게 된다.◇자연은 허둥대지 않지…나무가 되어보았던 팬데믹의 시간 = 코로나19는 자연과 대립각을 세운 인간의 탓. 팬데믹의 시간은 자연으로 회귀를 이끌었다. 자연과의 교감이나 이를 통한 치유 등이 시 속에서 나타나기도 한다. 단절된 채 보내야 했던 시간은, 더욱 자연을 갈망하게 하고 인간사와 자연사를 비교하게 했다. 대표적인 시가 김용택 시인의 ‘모두가 첫날처럼’(문학동네)에 실린 산문시 ‘우리들의 꽃밭’. “인류의 새 교정자로 등장했다는 바이러스에/눈부신 인류의 문명이 이렇게 얼굴 가리고 허둥대다니/(…)/결국 나는 무섭고 설 자리 없는 결과에 절망합니다/바람 부는 나무에게 내 마음을 주어버리기도 합니다” 재난을 만나 허둥대는 우리의 모습이 굳건한 나무에 대비된다.자연과 사람이 만나는 지점에서 코로나는 우리가 잊었고 잃어버렸던 감각을 일깨우는 매개체가 되기도 한다. 김종해 시인의 최근작 ‘서로 사랑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짧다’(문학세계사)에 실린 ‘봄날 저녁’에서 화자는 “생으로 졸인 봄멸치 한 숟갈/상추쌈에 밥과 쌈된장/입안에 쏟아 넣자마자 울컥/눈물이”라고 노래한다. 그는 “까마득하게 잊고 있었던 봄 입맛”은 “꿀보다” 더 달았다고 감탄한다. “봄날에 대하여 나는 또 무엇을 더 말할 수 있겠는가”라고 이어지는 시는 ‘산다는 것’, 그리고 ‘기쁨’과 ‘행복’이 무엇인지 말해주는 듯하다. 그러니까, 그것은 코로나가 앗아간 것들이 돌아오는 바로 지금 이 ‘순간’이다.◇떠난 이를 기리고, 멀어진 사람을 그리다 = 한국 시단을 이끌어 나갈 두 젊은 시인의 시도 눈길을 끈다. 첫 시집 ‘캣콜링’으로 주목받고, 2030 독자층의 열렬한 지지를 받는 이소호 시인은 지난 4월 발표한 시집 ‘홈 스위트 홈’(문학과지성사)에서 세상을 떠난 할머니를 기린다. 시인의 할머니는 “코로나 생각보다 별것 아니라고” “난 오늘 죽어도 괜찮다”며 외출했다가 코로나19에 감염돼 이틀 만에 눈을 감았다고 한다. 준비도 예상도 없이, 공기처럼 가볍고, 가까운 죽음을 목격한 이 시인은 할머니가 화자가 된 ‘어느 고독한 게이트볼 선수의 일대기’에서 화자가 내뱉는 말 속에 ‘콜록’을 의식적으로 삽입, 비극의 일상성을 도드라지게 했다. “콜록 그런데 자꾸 기침이 콜록 멈추질 않아 콜록 콜록콜록 안녕 이제야 인사를 건네 나는 이순정이야 34년생 올해로 게이트볼 운동장의 모래 한 줌이 된”“마스크를 낀 사람들이 거기 있었다/입매가 사라지니 눈매가 매서워졌다/표정을 알 수 없어서/서로가 서로를 경계했다”모든 시 제목이 대명사로만 이뤄진 실험적 형태의 시집 ‘없음의 대명사’(문학과지성사)에서 오은 시인은 타인이 타인이라는 이유로 위협이던 ‘시절’을 기억한다. ‘그것’이라 명명된 여러 시편 중 하나에서 시인은 “거리를 걷다 옷깃이 스칠 때/불꽃이 일거나 냉기가 돌았다”며 감염병에 예민해진 몸짓들을 포착한다. 타인이, 지옥이, 불꽃이, 냉기가 된다. 시절로만 남지 않을, 지금도 유효한 이야기다.◇가장 시급한 백신 ‘사랑’ = 벌에 쏘인 듯했으며 꿀 아닌 독이었던 백신(문정희 ‘벌집’)이 아니라,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백신이 무엇인지 일러주는 시도 있다. ‘꿈꾸는 소리 하고 자빠졌네’(창비)에 실린 시 ‘가장 오래된 백신’에서 송경동 시인은 국가봉쇄령이 내려진 “정지된 세상”에서 열다섯 살 소녀가 재난과 위험을 무릅쓰고 이겨내는 장면을 그리며 우리를 끝내 살리는 것은 오직 사랑뿐이라고 역설한다. “사랑과 연대”라는 가장 오래된 백신만이, 우리를 “경이로운 삶의 여정”으로 이끈다고 말이다.박세희·박동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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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국악 전도사… “판소리 우수성 제대로 전파”

유럽의 국악 전도사… “판소리 우수성 제대로 전파”

“유럽에 국악의 우수함을 널리 알리고 싶어요. K-팝은 유럽에 널리 알려졌지만 판소리는 아직 생소하죠.” 프랑스 정부 문화공로훈장을 수상한 재불 예술가 김세정(사진) 예술감독이 대구 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에 참가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그가 2004년 만든 예술단체 ‘아크로노트’는 이번 페스티벌에서 판소리 뮤지컬 ‘바벨-오’를 선보인다. 이 작품은 내년에 룩셈부르크 국립극장에서 공연될 예정이다. 김 감독은 30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음악, 음식 등 한국 문화가 유럽에 전파되며 한국의 위상이 완전히 달라졌다. K-팝에 안주하지 않고 국악을 유럽에 전파하고 싶다. 음악적 뿌리에서 한국이 일본, 중국에 앞선다는 것을 알리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6월 2일부터 4일까지 대구 수성아트피아에서 공연되는 ‘바벨-오’는 프랑스식 우화에 국악을 접목한 판소리 뮤지컬이다. 인류의 모든 책과 지식이 모인 바벨의 대도서관에서 책에 담긴 단어를 집어삼키는 괴물에 맞서 싸우는 여정을 그린다. 김 감독은 극작, 작곡, 연출을 맡았다. 판소리꾼 조아라와 프랑스 배우 3인이 출연한다. 김 감독은 유럽에서 ‘국악 전도사’ 역할을 해왔다. 1996년 한·불수교 110주년을 기념해 서울대 국악과 교수들을 프랑스로 초대한 것이 시작이었다. 이후 파리-서울 협회에서 국악 콘서트 등을 기획해왔다. 김 감독은 처음부터 국악에 매료된 건 아니었다. 그는 세 살 때부터 피아노를 배우며 음악을 시작했다. 여섯 살 때 장구춤을 배우며 한국 무용을 접했지만 이후 서양 음악을 공부했다. 그가 본격적으로 국악을 접하게 된 것은 프랑스 소르본대에서 유학할 당시 만난 프랑스 유명 작곡가 장 클로드 엘로이(Jean-Claude Eloy) 덕분이었다. 김 감독은 “그분이 국악에 관심이 아주 많았고 관련 지식도 풍부했다. 국악에 섬세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와줬고 그 덕분에 국악에 끌리게 됐다”고 떠올렸다. 앞으로 계획을 묻자 그는 “판소리만 가지고 음악극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바벨-오는 프랑스인 배우들이 일반 뮤지컬처럼 노래한다. 판소리로만 구성된 음악극으로 유럽에 판소리를 전파하고 싶다. 유럽의 음악가들은 판소리를 알고 있지만 청소년들에겐 아직 생소하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서울대 음악대학을 졸업하고 1973년 벨기에 정부 장학생으로 브뤼셀 왕립음악원에 입학 후 수석 졸업했다. 이후 프랑스 소르본대에서 현대음악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그는 2004년 ‘아크로노트’를 창단하고 2008년 프랑스 정부로부터 문화 부문 국가 공로훈장을 받았다. 유민우 기자 yoom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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