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난임부부 ‘삼신할배’ 만나려 텐트치고 ‘노숙런’
전국 난임부부 ‘삼신할배’ 만나려 텐트치고 ‘노숙런’ 경주 = 글·사진 김린아 기자 linaya@munhwa.com“6년간 시험관 시술을 10번이나 했는데 번번이 임신에 실패했어요. 전국의 ‘용하다’는 병원과 한의원은 다 돌고 있어요. 오전 4시에 도착했는데 이미 30팀이나 대기하고 있더라고요.”토요일이던 지난 20일 오전 7시쯤 경북 경주시 한 한의원 앞은 캠핑장을 방불케 했다. 난임으로 힘들어하던 연예인 부부들이 이곳에서 한약을 지어 먹고 임신에 성공했다는 일화가 방송을 타면서 텐트를 치고 밤새 진료를 기다리는 난임 부부들이 ‘노숙런’을 벌이면서다. 이곳에서 만난 심모(46) 씨는 “‘삼신 할배’로 불리는 이곳 4대 원장이 맥을 잘 짚는다고 해서 부산 시댁에서 금요일 하루 숙박하고, 오전 3시에 출발했다”면서도 150m 길이로 한 줄로 늘어선 30여 개의 텐트와 80여 명의 환자를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저출생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풍경 같다. 이렇게 간절하신 분들이 많은지 몰랐다”고 말했다.23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2022년 난임 시술 건수는 20만1412건으로 2018년에 비해 47.6% 늘었다. 부부 7쌍 중 1쌍이 난임 부부라는 조사도 있다. 2022년 난임 진단자는 23만8952명에 달한다. 난임 부부가 늘면서 난임 치료에 유명한 병원을 찾아 ‘원정 순례’를 가는 환자들이 생기는 이유다.이곳에서 만난 부부들은 모두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이곳을 찾았다고 했다. 오전 9시 30분 진료가 시작되자 ‘대기 1번’으로 한의원으로 들어선 이모(33) 씨는 “지난 2년간 인공수정을 4번이나 했는데 화가 날 정도로 매번 실패했다”며 주변의 추천을 받고 반신반의하며 캠핑 도구를 싸 들고 이곳을 찾았다고 했다. 이 씨는 “아직 젊은 나이라 금방 아이가 생길 줄 알았는데 매번 실패하니 조급해지고 간절해졌다”며 “이런 정성이 하늘에 닿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대기 4번’을 받은 곽모(34) 씨는 “난임 시술비 지원을 받아도 시험관 시술 한 번에 100만 원씩 나가 부담이 크다”면서도 “양의학이든 한의학이든, 모든 방법을 총동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한의원 백진호(5대) 원장은 “초혼 연령이 높아진 탓에 과거에는 20∼30대 환자들이 주였다면 이제는 30∼40대 환자들을 많이 본다”며 인기 비결로 “130년간 운영하면서 쌓인 환자 데이터와 질 좋은 한약재”를 꼽았다.‘실패담’을 듣고도 절박한 마음에 이곳을 찾았다는 부부들도 있었다. 전날 오후 4시부터 줄을 섰다는 임모(43) 씨는 “주변인 중 3명은 이곳에서 약을 먹고도 임신에 실패했지만, 일단은 뭐라도 해보자는 생각에 왔다”고 말했다. 최영민 서울대 산부인과 명예교수는 “난임 치료 성공률 등 객관적 데이터가 주어진다면 환자의 선택에 더 도움이 될 것”이라며 “환자들은 양의학이든 한의학이든 100%의 성공률을 담보하지 않는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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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원 메시지 읽다가 화들짝 놀라 입 가린 이재명, “이게 뭐야”
    당원 메시지 읽다가 화들짝 놀라 입 가린 이재명, “이게 뭐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한 당원의 메시지를 읽다가 화들짝 놀라 입을 가린 모습이 포착됐다. ‘윤석열 탄핵’이라는 내용을 읽고는 손사래를 치며 "이게 뭐야"라고 했다.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표는 지난 1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동 민주당사에서 진행된 당 공식 유튜브 채널(델리 민주) ‘당원과의 만남’에서 김OO이라고 밝힌 한 당원이 보낸 ‘전 국민 25만 원 재난지원금, 대통령 4년 중임, 결선투표제 도입, 개헌 등 위대한 대한민국을 되찾기 위한 실질적인 노력을 해라’는 글을 읽었다. 그러던 중 이 대표는 "윤석열 탄핵 이게 뭐야 갑자기.."라고 화들짝 놀라며 손으로 입을 가렸다. 이후 이 대표는 "이건 내가 안 읽은 겁니다"라고 강조했다. 옆에 있던 박찬대 최고위원도 "이건 김OO(당원)이 한 말입니다"라고 했다. 이 대표는 당원이 언급한 재난지원금 25만원 전 국민 지원 등 민생 경제회복을 윤석열 대통령과의 회담 의제로 다룰 것으로 보인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이 전화하셔서 잠깐 통화를 했다. ‘한번 보자’ ‘만나자’고 했다"며 "그때 이야기를 나누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4·10 총선을 앞두고 ‘전 국민 1인당 25만 원’ 민생회복지원금 추진을 주장했다. 지역화폐로 지급되는 이 지원금에는 총 13조원 규모의 예산이 투입된다. 민주당은 정부·여당에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요구한 바 있다.이 대표는 국회의장과 원내대표도 당원이 선출하게 해 달라는 당원 요구에는 "이론적으로 그럴 듯 하지만 위험하다"고 답했다. 그는 "국회의장은 국회의원 회의체 진행자고, 원내대표는 의원 회의체 대표"라고 규정했다. 이 대표는 "다만 책임성은 강화해야 한다"면서 "‘민주당에서 배출한 의장이 왜 민주당 편을 안 드는가’라는 논란이 있었다"고 했다. 조성진 기
    서민 위한 ‘마트 의무휴업 폐지’ 물건너가나
    서민 위한 ‘마트 의무휴업 폐지’ 물건너가나 ‘4·10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이 압승을 거두면서 해묵은 규제 해소를 내심 기대했던 국내 유통업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알테쉬(알리익스프레스·테무·쉬인)’로 대표되는 중국 유통업체들(C-커머스)의 공세 수위가 높아지고 있지만, 대형마트 주말 의무휴업 규제 완화와 새벽 배송 허용 등의 내용을 담은 ‘유통산업발전법(유통산업법)’이 폐기 수순을 밟고 있기 때문이다. 의료·관광·콘텐츠 등 서비스산업 경쟁력 강화와 생산성 향상을 위한 정부의 지원방안을 담은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서발법)’도 13년째 공회전하는 탓에 내수 활성화와 신산업 육성 등 경제활력을 높이기 위해선 21대 국회가 중점 법안들을 서둘러 처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23일 국회 및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1월 민생토론회를 통해 공휴일로 지정된 대형마트의 월 2회 의무휴업일 규제를 폐지하고 새벽 배송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폐지·완화는 윤석열 정부의 ‘규제개혁 1호’ 안건이기도 했다.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의 활성화를 위해 2013년부터 시행된 유통법은 지방자치단체장이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 대형마트 영업시간을 제한하도록 하고, 매월 이틀은 의무휴업일을 지정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 편익을 해치고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서발법 역시 13년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서발법은 의료·관광·콘텐츠 등 유망 서비스 산업에 연구·개발(R&D) 자금을 지원하고 세제 혜택을 주기 위해 2011년 정부 입법으로 처음 발의됐다. 그러나 ‘의료 민영화’를 우려하며 공공성이 강한 의료 분야를 제외해야 한다는 야권의 반대로 장기간 표류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기획재정부는 ‘의료보건 분야’를 제외한 야당 안을 수용하겠다고 했으나, 총선 열기가 과열된 탓에 관련 논의는 지지부진했다. 21대에 이어 22대 국회에서도 여소야대 국면이 계속되면서 관가 안팎에서는 야당의 동의와 협조를 최대한 얻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현 정부에서 추진하는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도 제동이 걸렸다. 정부는 지난 2014년 시행된 기존에 단통법을 폐지해 이동통신사들의 보조금 지급 경쟁을 촉진하고, 소비자들의 스마트폰 구매 비용을 낮출 방침이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하위법령이 상위법령을 뛰어넘은 일종의 ‘편법’으로 판단하고 있다. 단통법을 폐지하더라도 선택약정 할인제도(25% 약정할인)는 전기통신사업법으로 이관해 단말기 보조금을 선택하지 않은 소비자들을 위한 혜택을 유지하려는 정부·여당 안에 대해서도 실효성이 없다고 보는 탓에 단통법 폐지는 22대 국회에서도 험로를 예고하고 있다. 전세원·박수진 기
    “의대교수 집단사직은 쇼에 불과… 면허 못 버려”
    “의대교수 집단사직은 쇼에 불과… 면허 못 버려” 정부가 ‘의대 2000명 증원 자율 조정’으로 한발 물러서자 의사들이 ‘증원 백지화’를 요구하며 더 강경하게 돌변한 가운데 의대 교수 사회에서 실효성 없는 집단 사직을 멈춰야 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면허를 반납하는 등 의사를 그만둘 의향이 없는 의대 교수들이 집단 사직을 앞세워 정부와 환자를 압박하는 것은 교육자로서 올바르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서울대병원 교수들은 주 1회 휴진하는 방침을 논의한 데 이어 국내 유일한 소아 전용 투석실을 갖춘 이 병원 소아신장분과 교수 2명이 오는 8월 31일 사직하겠다고 공지해 중증 환아와 부모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정영인(사진) 부산대 의대 명예교수는 23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의대 교수의 집단 사직은 진정성 없는 쇼에 불과하다”며 “이제라도 쇼를 멈춰야 한다”고 비판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 정 교수는 4·6대 국립부곡병원장을 역임했다. 정 교수는 “이참에 개원가로 떠나고 싶은 봉직의들도 있겠지만, 의대 교수들 성향상 많은 노력을 들여 힘들게 취득한 의사직과 교수직을 쉽게 버릴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의대 교수들이 전공의를 보호하기 위해 집단 사직하겠다는 건 교육자로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그는 “소방관은 자신의 죽음까지 각오하고 국민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화재 현장에 뛰어든다”며 “반면 의사들은 국민 건강권을 지키기 위해 진료 현장을 떠난다는 희한한 논리로 진료 거부를 정당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래 의료를 책임질 의대생과 전공의들의 교육 현장 이탈을 방조하고 그들에게 불이익이 가해질 경우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대 교수들의 겁박은 교육자로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다.전공의들과 의대생들도 의사를 할 생각이 있다면 병원과 학교로 돌아와야 한다고 촉구했다. 의사 사회가 조금 더 대승적이고 전향적인 방향에서 의대 증원을 숙고해야 한다고도 제언했다. 정 교수는 “정부가 교대 정원을 늘린다고 교사들이 집단행동을 하냐”면서 “정부가 정책을 결정하면 의대 교수들은 전문가로서 의대 증원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면 될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의사는 다른 직업과 달리 생명을 직접 다루다 보니 대체재가 없다”며 “의대 증원이 의사의 존재 가치를 부정할 정도의 문제는 아니다”라고 일축했다.정 교수가 제시한 의대 증원 당위성은 필수 의료 위기를 제외하고도 여러 가지다. 우선 의사 1인당 진료 환자 수가 너무 많다는 점을 꼽았다. 2020년 기준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의사 외래진료 횟수(연간 15.7회)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5.9회)의 약 3배로 OECD 국가 중 가장 많다. 의과학과 바이오산업을 위해서도 의사들이 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정 교수는 “의사들 대다수가 임상 분야에 종사해 전문성을 요하는 보건정책 분야 의사들이 드물다”며 “기초의학 연구와 제약 분야에 종사하는 의료 인력도 턱없이 부족하고, 바이오산업에서 의료 인력 수요가 증가할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의사의 자질로는 환자의 고통과 아픔에 공감할 수 있는 품성을 꼽았다. 정 교수는 “좋은 의사란 뛰어난 능력을 갖춘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능력 내에서 환자와 공감하고 의사소통을 잘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의사들의 엘리트주의와 특권 의식은 유별나다”며 “겸손함은 능력이 자신의 노력만으로 이뤄진 게 아니라는 부채 의식과 책임감에서 나온다”고 강조했다.권도경 기자 kwon@munhwa.c
    대만 화롄 진도 6 추가 강진에 8층 호텔 ‘기우뚱’…병원 건물 철골 휘어져
    대만 화롄 진도 6 추가 강진에 8층 호텔 ‘기우뚱’…병원 건물 철골 휘어져 지난 3일 강진으로 19명의 사망 실종자가 발생했던 대만 동부 화롄(花蓮)현에서 23일(현지시간) 또 규모 6의 강진이 연이어 발생했다. 23일 대만 연합보 등에 따르면 이날 화롄현에서는 오전 12시1분~4시12분까지 50회가 넘는 여진이 발생했다. 규모 6.3의 강진은 이날 오전 2시32분쯤 화롄현청 남남서쪽 17.2km 떨어진 지역을 강타했다. 22일 밤에도 여진이 발생했다. 이날 오후 10시11분께 규모 5.9 지진이, 지난 21일에는 규모 5.6 지진이 화롄현을 강타했다.22~23일 발생한 여진으로 인한 인명피해는 자세히 알려지지 않았다. 부상자도 전해진 바 없다. 대만 화롄시 중산로에 위치한 푸카이(富凱) 호텔이 지진으로 기울어, 당국이 인명 피해 등 확인에 나섰다. 또 화롄병원 인근의 퉁사이(統帥) 건물이 크게 기울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10층짜리인 퉁사이 건물은 지난 3일 강진 당시 지진에 취약한 건물로 분류돼 철거될 예정이었고, 푸카이 호텔은 보수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이 때문에 두 건물 내에 사람이 없어 인명피해는 없었다고 한다.한편, 규모 6.3 지진으로 화롄현 주변 지역에서는 진도 1강부터 최대 5강까지의 흔들림이 관측됐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수도 타이베이에서도 흔들림이 감지됐다고 한다. 대만 현지 보도에 따르면 이날 지진으로 호텔 건물 등이 기울고 산사태가 발생하는 등 추가 피해가 우려된다. 대만 당국은 멈추지 않는 여진에 이날 학교 수업을 중단하고, 산사태가 발생한 일부 지역의 도로 통행을 중단했다. 아직 인명 피해 보고는 없다.김선영 기
    “셰익스피어 지운 로미오&줄리엣, 약물·우울증… 현대의 비극 담아”
    “셰익스피어 지운 로미오&줄리엣, 약물·우울증… 현대의 비극 담아” “셰익스피어 작품에서 셰익스피어를 덜어냈죠.”세계적인 안무가 매튜 본(사진)의 대표작 ‘로미오와 줄리엣’이 오는 5월 8일부터 LG아트센터에서 공연한다. 매튜 본은 문화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차별점을 묻자 이렇게 답하며 “대사가 없는 스토리텔링 공연이기 때문에 이야기는 남지만 셰익스피어의 대사는 사라진다. 이야기를 과감하게 바꿨고 현대적인 영화 음악을 연상케 하는 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의 음악을 듣고 대본으로 활용했다”고 밝혔다.매튜 본은 자신의 대표작 ‘백조의 호수’에서 가녀린 여성 대신 근육질 남성 백조를 내세우는 파격적인 해석으로 예술성과 대중성을 모두 잡는 스토리텔러로 평가받아왔다. 그는 영국 공연계 최고 권위의 올리비에상 최다 수상자(9회)로 현대 무용가 중 최초로 영국 왕실로부터 기사 작위(2016년)를 받았다. 이번에 무대에 오르는 ‘로미오와 줄리엣’ 역시 예상을 뒤엎는다. 셰익스피어의 동명 고전은 비행 청소년들의 이야기로 탈바꿈돼 동성애, 학대, 우울증, 약물 트라우마 등 민감한 소재들이 다뤄진다.그의 작품에서 로미오와 줄리엣은 감시가 삼엄한 시설인 ‘베로나 인스티튜트’에서 만나 사랑을 느끼고 감시를 피해 사랑을 이어간다. 매튜 본은 “베로나는 원작의 공간적 배경이지만 ‘베로나 인스티튜트’는 청년들이 감금된 것처럼 보이는 상상의 장소다. 이곳이 소년원, 학교, 감옥, 병원인지는 관객들의 상상에 맡기겠다”고 했다. 이어서 “공연의 시점은 ‘그리 머지않은 미래’다. 청년들이 갇힌 이유는 사회가 장려하는 가치에 순응하지 않아서일 수도 있고 부모에게 창피한 존재여서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매튜 본은 작품을 ‘이 시대의 10대 이야기’로 만들기 위해 2018년 영국 전역에서 16∼19세 무용수를 선발하는 대규모 오디션을 개최했다. “로미오와 줄리엣에 종종 너무 나이 든 무용수들이 캐스팅돼왔다. 젊은 사람들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듣고 싶었고 그들만의 에너지와 통찰력을 원했다”고 말했다. 이번 작품에선 ‘무용 역사상 가장 긴 키스신’인 강렬한 파드되(2인무)가 등장한다. 무용에서 키스 장면을 절제된 마임이 아니라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매튜 본은 “젊은 사람들이 사랑에 빠질 때 매우 강렬해 서로를 떼어놓을 수 없다. 그 젊은 감정과 흥분을 포착해 관객들이 청소년 시절 처음 사랑에 빠졌을 때의 느낌을 기억하게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그는 관람에 앞서 겁먹지 않아도 된다고 당부했다. 매튜 본은 “관객들은 사전 정보를 읽고 가지 않으면 작품을 즐길 수 없을까 봐 불안해한다. 내 작품의 강점은 사전 지식 없이도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유민우 기자 yoome@munhwa.c
    “59세에 큐레이터 데뷔… 이젠 화려함보다 소박한 일상 더 소중”
    “59세에 큐레이터 데뷔… 이젠 화려함보다 소박한 일상 더 소중” 그의 목소리엔 봄 햇살처럼 환한 기운이 배어 있었다. 새로운 일을 시작했다는 설렘 때문인 듯했다.“지난 3월부터 미술관 학예사로 일하게 됐어요. 1주에 4∼5번 출근하는데 일이 참 많네요. 전시 기획을 하며 청소년 교육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전국의 학생들과 지역민에게 전시 공간 대여 작업도 하니까요.”강리나(59) 작가는 일이 많다면서도 무척 즐거워했다. 그는 지난달 경기 용인에 있는 안젤리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그랬던 작가가 그 미술관에서 큐레이터로 일한다니….“제가 6개월 전에 요 근처로 이사를 왔어요. 그래서 미술관에 자주 놀러 갔는데, 화가인 권숙자 관장님과 대화가 잘 통했어요.”권 관장은 지난달 전시 평문을 직접 써서 강 작가에 대한 애정을 담뿍 표현했다. 생명에 대한 사랑을 주제로 한 작품들이 세상에 좋은 향기를 뿌리기를 바라는 내용이었다. 강 작가는 중앙대에서 예술경영 석사 과정을 공부했던 것이 미술관 일을 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그는 오는 8월 서울 노들섬에서 펼쳐지는 제2회 서울-한강비엔날레 조직위원 일도 맡았다고 전했다. “출품작가로 초대받았는데, 조직위 일도 해 보겠느냐는 제안을 해 와서 응했어요. 다른 작가들 작품을 추천하는 일도 보람이 크니까요.”알려진 것처럼, 그는 홍익대 미대 재학 시절에 CF 모델 활동을 계기로 영화계에 데뷔해 배우로 활동했다. 1989년 개봉한 ‘서울무지개’에서 주역을 맡아 대종상 신인여우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누리기도 했다. 1996년 ‘알바트로스’를 마지막으로 영화계를 떠나 미술계에서 작가 활동을 해 왔다. 그동안 그림뿐만 아니라 설치 미술 작품을 꾸준히 선보였다. “제가 했던 영화가 모든 매체를 다루잖아요. 전시관에도 그걸 가져와 영상, 소리, 디지털 미디어 등을 다 보여주려 했습니다. 그런데 주변에서 왜 돈이 안 되는 거만 하냐, 잘 팔리는 그림에 주력해라, 이런 조언들을 하니 제가 어떻게 해야 하나 마음이 어렵더라고요.”그는 최근 우리 미술계에서 만화 캐릭터를 들여온 디지털 아트가 각광받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고 했다. 일시적 유행에 그칠지, 고정 장르가 될지 그 흐름을 살피고 있다는 것이다. 작품을 만드는 창작자일 뿐 아니라 기획자이기도 하니 시야의 폭을 넓히려 한다는 이야기였다. “미술관 일을 하면서도 막간을 활용해 그림을 꾸준히 그릴 거예요. 건강을 지켜야 하니 운동도 열심히 할 거예요. 그래서 미술관 안에 운동 시설을 만들려고 합니다.”그는 배우 생활을 그만둔 후 지병이 있는 어머니를 모시는 한편, 대인기피증에 시달리며 스트레스로 인한 체중 폭증을 겪었다. 지금도 그 후유증이 남아 있다고 했다. 얼굴이 또래보다 어려 보인다는 이야기를 듣지만 그게 실은 살이 쪄서라는 게 그의 솔직한 생각이다.“운동을 해서 살이 빠지면, 얼굴에 주름이 드러날 수도 있을 거예요. 그래도 운동을 해야 건강을 지킬 수 있어요. 안 하면 큰일 납니다.(웃음)”강 작가는 인생 후반 삶의 모토가 ‘더불어 살아가기’라고 했다. 젊었을 때처럼 화려하게 빛나는 것을 꿈꾸기보다는 주변 사람들과 잘 소통하며 평범한 일상의 기쁨을 함께 누리며 살고 싶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을 많이 만나며 그들의 이해를 돕는 미술관 기획자 일이 소중하다고 했다. 그에게 영화 출연 제의가 온다면 어떻게 할 것인지 물었다. “젊었을 때는 배우와 작가, 두 가지 일 중 한 가지만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어요. 나이 들어보니 그럴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융통성 있게 하면 되니까요. 그렇게 깨달았으나, 이제 너무 늦은 게 아닌가 싶어요. 그래도 제가 영화 쪽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배역에 맞게 살을 빼거나(웃음) 이미지를 바꿀 수도 있겠지요. 나이에 맞게 서민 역할을 해 보고 싶긴 합니다.” 장재선 전임기자 jeijei@munhwa.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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