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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혹사’ 강요 프로스포츠 …가장 큰 피해자는 선수·팬

이준호 기자 | 2022-09-24 08:19

KT 박병호가 지난 10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과의 경기에서 2회 초 2루수의 태그를 피하려다 오른쪽 발목이 꺾이고 있다. 박병호는 인대 파열 진단을 받았고 1군 엔트리에서 빠졌다. KT 제공  부상 KT 박병호가 지난 10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과의 경기에서 2회 초 2루수의 태그를 피하려다 오른쪽 발목이 꺾이고 있다. 박병호는 인대 파열 진단을 받았고 1군 엔트리에서 빠졌다. KT 제공



LIV골프인비테이셔널(LIV)은 지난 6월 첫 대회를 치르면서, 아니 그 이전부터 주목을 끌었다. LIV는 사우디아라비아 자본이 밑천. 사우디아라비아가 스포츠를 통해 테러, 민간인 사살, 인권유린이란 오명을 씻으려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기 때문만은 아니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등과는 다르게 ‘여유’를 선수들에게 보장한 것도 LIV의 인지도를 높였다.

LIV는 3라운드, 54홀로 대회를 치른다. PGA를 포함, 일반적인 투어는 4라운드다. 그리고 LIV 대회 수는 훨씬 적다. LIV가 6월 공식출범했으니 다음 일정을 비교하는 게 좋다. LIV는 내년에 14개의 대회를 치른다. 반면 PGA투어 2022∼2023시즌은 모두 47개 대회다. 대회별 상금은 LIV가 월등히 많다. 그래서 LIV는 골프의 워라밸에 비유된다. 장타자 브라이슨 디섐보(미국)는 LIV로 옮긴 이유로 “여유 있는 일정, 골프와 삶의 균형”을 꼽았다.

선수의 대회 참가는 노동이다. 대회 참가를 위해 훈련하고 출전해 상금, 즉 임금을 받는다. PGA투어 선수들은 한 해 24∼30개 대회를 치른다. 30차례 이상 출전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출전이 잦으면 잦을수록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LIV는 이런 점을 파고들어 적은 출전, 많은 상금이란 달콤한 열매를 제시했고 디섐보와 더스틴 존슨(미국) 등 스타급이 LIV로 넘어갔다. 출전 수는 특히 경기력에 큰 영향을 끼친다. 출전할 때마다 육체적인 피로, 정서적인 스트레스가 쌓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 스포츠에서 워라밸은 꿈꾸기조차 어렵다. 프로야구 KBO리그가 종반전으로 치닫고 있는데 정규리그 뒤엔 또다른 이벤트, 포스트시즌이 진행된다. KBO 정규리그는 팀당 144경기.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는 팀당 162경기로 KBO보다 경기 수가 많지만 그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MLB의 선수층은 두텁다.

144경기를 휴식일 없이, 하루 1경기씩 치른다고 가정하면 5개월 가까이 매일같이 냉정한 승부를 펼치는 셈이다. 연례행사처럼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부상자가 대거 발생하는 이유. 부상을 피하더라고 체력이 떨어져 경기력이 저하되곤 한다.

프로농구 KBL도 마찬가지다. 오는 10월 15일 2022∼2023시즌에 돌입하고 팀당 54경기를 치른다. 역시 인적 자원에 비해 경기 수가 많은 편이고 정규시즌에서도 자주 부상자가 나와 골머리를 앓는다.

경기 수가 많은 건 이유가 있다. 국내 프로 스포츠는 대기업 의존도가 높다. 기업체에서 프로구단을 운영하는 건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홍보 효과 때문. 거액을 투자해 구단을 운영하는 기업은 미디어 노출 극대화를 원하며, 이로 인해 경기 수는 계속 증가해왔다. 그런데 ‘양’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질’의 하락이란 부작용이 따를 수밖에 없다. 선수의 노동강도, 노동시간이 늘어나다 보니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리고 전력에서 이탈하는 사례는 하루가 멀다하고 나온다.

품질 저하는 상품의 신뢰도에 악영향을 미친다. 스포츠의 경기력 저하는 경쟁력 하락, 전반적인 전력 하향 평준화로 이어진다. 게다가 노출, 즉 중계방송 횟수가 시청률로 연결되는 건 결코 아니다. 고품질의 상품 만족도가 높기 마련. 이젠 스포츠라는 상품의 질적 향상을 고민할 때다.

이준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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